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우현은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선택을 기다렸다는 듯이 청년은 씩 웃더니 한 방향을 가리켰다. 김우현이 아는 낚시터로 가는 그 길이었다. 밤인데다가 비까지 와서 시야가 가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김우현은 필사적으로 걸어갔다. 그사이에 김우현을 밖으로 이끈 청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카지노사이트 의도고 뭐고 일단 이 섬에서 나갈 생각만 하자.’ 다행히 낚시터로 가는 길은 잘 다듬어놨기에 가는 길에 방해물이 하나도 없었다. 비가 오는 것만 뺀다면 그럭저럭 혼자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였다. 숙소 방향에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생각이 싹 달아났지만 말이다. ‘내가 사라진 것을 눈치챈 건가?’ 김우현은 얼마 안 가서 그 추측이 현실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숙소에서 시작된 불빛이 작은 불빛으로 변하더니 김우현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들키게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빠르게 움직인 탓에 거리가 상당히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좁혀진 불빛으로 거리를 알 수 있다는 거.’ 김우현은 얼굴을 가득 적신 빗물을 닦으며 없는 힘까지 끄집어내어 뛰었다. 빗물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뻔하기도 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아가며 달렸다. 김우현의 발걸음은 어느새 염전을 지나쳐 낚시터 가는 길의 중반 정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김우현은 거칠게 올라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야를 가리는 빗물을 몇 번이나 닦아냈다. 그런데 그 순간, 멀리서부터 손전등보다 더 강한 불빛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김우현은 그 정체를 알고는 주변에 숨을 곳을 찾았다. 잘 정리된 길 옆으로 숲이 있었기에 김우현은 커다란 나무 뒤로 몸을 숨긴 뒤 큰 불빛이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빗소리에도 묻히지 않는 차 소리가 들리면서 빠르게 김우현이 있던 자리로 오더니, 딱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왜 더 안 가고 저기에 서는 거지?’ 이어서 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남자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내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도망친 게 확실한 거지?” “그렇다니까. 이 비 오는 날에 나간 이유가 그럼 뭐가 있겠어?” “하긴 산책 같은 걸 하려고 했으면 근처에서 발견됐겠지.” 김우현은 지난번 창고에서 들었던 두 남자의 목소리인 것을 알아채고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자 노력했다. 빗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을 텐데도 겁에 질려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 길로 간 게 확실해?” “아니. 혹시 몰라서 우리가 먼저 보러 가는 거잖아.” “근데 여기서 왜 내렸어?” “어쩌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은 손전등의 불빛이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들도 바다에 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숲 안쪽을 중점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김우현은 몸을 최대한 구기면서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근데 비 때문에 전혀 보이질 않네.” 김우현은 근처를 비추는 손전등 불빛이 작아지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챘다. 더불어 풀잎 밟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김우현은 저들에게 잡히면 어떻게 될지 상상되어 두려움에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나오지 않는 거였는데…….’ 왠지 그 구렁이에게 낚인 기분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지직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